본인 A
레퀴 님🩷 (절대 굽혀주지 않는 베리😂)
본인 A 와글와글 푸키먼
<aside> <img src="/icons/heart_gray.svg" alt="/icons/heart_gray.svg" width="40px" /> with 에케베리아, 윤 by 레퀴 님 포켓몬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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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숨이 새하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어린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뭉친 눈뭉치보다, 더 덧없이 흩어진다. 하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다. 추위에 몸서리를 치기보다, 리아는 좀 더 이 광경을 만끽하기로 결정했다. 이 땅을 뒤덮은 눈 덕분에 온 세상이 새하얀 광경을 자랑했다. 새로 동료가 된 누니머기가 어깨까지 올라왔다. 이 새하얀 설원에서도 누니머기는 리아의 눈에 보였다. 운명적인 만남일까? 누니머기는 애교를 부리듯이 리아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부볐다. 고드름 같은 가시가 있는 부분이 아닌, 누니머기의 얼굴은 솜털이 촘촘하게 난 듯이 부드러웠다. 조금 차갑긴 했으나, 누니머기의 귀여움은 그 차가움 따윈 가뿐히 이겼다.
리아는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왕관 설원. 확실히 아름다운 설원이었다. 다양한 포켓몬이 살고 있으며 눈이 아플 정도로 깨끗한 눈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설원뿐이었다. 관광지로 매력있는 건물이나 장소는 그리 없었다. 그나마 사람이 갈 만한 곳 중 하나는 마을이었다. 한적한 곳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이 마을은 죽어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에게는 미안했지만, 현재의 상황에 이보다 적합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인이었다. 청년들은 왕관설원을 떠나 일을 하러 갔고 남아있는 이들은 노인과 아이들뿐이다. 내세울 것이 별로 남지 않은 마을에 구경하러 오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리아가 왔을 때 이 마을 촌장이 엄청나게 기뻐했으니,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상념에 빠져있다 보니, 슬슬 눈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누니머기를 볼에 되돌려 넣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눈이 오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아이고 리아 씨! 어디 갔다 오셨나?”
“산쪽을 구경하고 왔어요. 무척이나 아름답더라구요.”
“그렇지! 우리 마을은 설산이 아름답지. 슬슬 눈이 오니 조심하게나.”
촌장님의 친절한 경고를 뒤로 한 채, 리아는 머물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여간 작은 마을이라 그런 지 호텔처럼 방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아예 집 하나를 빌려주었다. 어찌되든 리아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했기에 좋은 소식이었다. 집에 있던 글레이시아가 나른한 하품을 내뱉으며 리아를 맞이했다. 리아는 글레이시아를 쓰담고선, 추위를 대비해 둘렀던 목도리를 벗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책상 위에는 목도리뿐만 아니라 종이들도 쌓여있었다. 종이들의 정체는 손편지로, 리아가 그동안 받아온 편지들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놓은 손편지는, 리아가 그들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게 만들었다. 편지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슬슬 편지가 올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생각이 들기 무섭게 창문에서 똑똑 소리가 들렸다. 리아가 창문을 열자 편지 봉투 두 개와 소포 두개를 든 딜리버드가 서 있었다.
“고마워요, 딜리버드”